제 51회 한국사능력검정시험 1급 합격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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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1회 한국사능력검정시험 1급 합격 후기

by 이정리 2021. 2. 6.

가채점 결과 86점으로 1급이 나왔습니다. 전산오류가 없다면 이대로 나오겠죠.

 

지난 50회 시험은 66점으로 3급을 받았습니다. 2급이 필요한데 말이죠.

'합격'이라는 두 글자로 위안 삼았지만 기분이 좋을 리가.ㅡㅡ

역대급 불바다였다고 잠시 변명해보며, 뭐든 한 번에 되면 내가 아니라는 운명론에 빠져보며...

어쨌든 51회 시험에서 반드시 2급 받고 한국사는 더 이상 신경 쓰지 말아야겠다는 결심을 했습니다.

 

50회 때는 12일 동안 공부했고, 이번에는 13일 공부했습니다. 더 시간을 할애할 상황은 아니라.

50회 12일 동안 한 건,

1. 최태성 선생님의 한국사능력검정시험 심화 전편 1.5배속으로 돌려보기

2. 최태성 선생님의 7일의 기적 1.25배속으로 돌려보기

3. 최태성 선생님 판서 옮겨적기

4. 기출문제 풀기

5. 오답노트 만들기

기승전 최태성 선생님이네요.ㅡㅡ

이때 공부했던 걸 다시 찾아보니, 조선시대 사관 부럽지 않게 무지막지하게 필기를 했네요.

이것 뿐 아니라 조선왕조 족보와 환국, 사화를 연도별로 다 정리를 했다는... 도대체 왜 그랬을까요.

 

 

교재에도 뭘 많이 적었습니다.ㅡㅡ

지금 보니 공부는 못하면서 필기만 열심히 하는 학생의 그것이네요.

어쨌든 이렇게 정리하고, 시험 전날 최태성 선생님의 전야제 수업 듣고 시험을 보았습니다.

결과는... 51회 난이도였으면 2급이 나왔을 것 같기도 하네요.

 

51회는, 시험준비고 뭐고 최대 복병이 있었죠.

소위 접수대란.

이번 51회는 접수가 시험보다 어려웠기 때문에... 이건 뭐 접수 성공 후기를 남겨야 하나 싶은.ㅡㅡ

 

진짜 국사편찬위원회 및 관계자들 모두 미친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어이 없는 상황이었죠.

저는 정확히 1시간 40분 동안 F5키를 눌렀습니다.

1시간 20분 째 되었을 때, 너무 화가 나서 국사편찬위원회에 민원을 넣기 시작.

 

대충 50회에 불질러놓고 다음 시험에 응시자 몰릴 줄 몰랐음?

그거 아니라도 보통 새해 첫 시험엔 응시자 몰리게 마련인 거 몰랐음?

전부터도 서버 엉망이라는 말 많았는데 그동한 뭐했음?

위의 두 경우를 예측 못했으면 너넨 무능한 거고, 예측 했는데 서버가 이 모양이면 직무유기 한 거고.

시험 접수에 1시간 20분이 걸리는 게 상식적인 기대 안에 있는 상황이라고 생각함?

접수에 그 정도 시간을 투자할 수 없는 사람은 접수가 불가능해지는 상황은 기회의 공정에 심각한 문제 아님?

어떡할겨?

 

지금 생각해도 그라데이션으로 분노가 올라오네요.ㅡㅡ

민원 넣으며 새로고침하며 버티기 20분 뒤 겨우 접속이 되었습니다. 최종 접수는 언제 됐는지 기억도 안 나고... 오류 날까봐 계좌이체로 결제, 카톡 메세지 받고 바로 입금했는데 접수완료 안내 메세지는 다음 날 왔습니다.ㅡㅡ

그래도 원하는 곳에 무사히 접수했지만(오늘 보니 수험번호 뒷자리가 한자릿수... 접수 시작 1시간 40분이 지났는데 접수 성공인원이 한자릿수였다는 게 말이여 막걸리여), 어떤 분은 시험 보러 김포에서 제주도까지 가신다고...

 

그런 저세상 행정력을 보여준 뒤 오는 메세지라는 게 '꼭 필요한 거 아니면 시험 취소하시죠'라니.

그럼 필요해서 시험 보지 심심풀이 땅콩 까먹으러 시험 보냐? 라고 답문 날리고 싶....

 

한국사를 공부하다 보면 수많은 고난을 이겨낸 우리 조상님이 자랑스러워집니다.

위로는 중국, 아래로는 일본이 아무리 껄덕거려도, 윗동네에서 불바다 드립을 날려도 꿈쩍도 않는 우리 조상님들.

드래곤 라자의 헬던트 실사판이랄까. 던전 앞마당에 터 잡고 살아낸 우리 조상님들.

한반도 DNA란, 한민족이란 깡의 민족인 것 같습니다.

이미지 출처: 구글

그런데 이런 자랑스런 조상님들의 역사 덕분에 차오르던 자부심에 아주 제대로 스크래치를 내 주시는 우리의 국사편찬위원회 및 담당 공무원님들. 네에....

이미지 출처: 구글

 

어쨌든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지난 번에 뼈다구(?)와 큰 흐름은 잡아 두었기 때문에 기출 중심으로 준비하기로 했습니다.

50회의 불장난을 교훈 삼아 50-38회, 역대급 난이도였던 33회와 26회까지 공부하기로 했구요.

공부 방법은 단순합니다.

1. 50-41회를 그냥 푼다.

2. 답은 문제지에 표시하지 않는다.

3. 틀린 문제에는 X표시를 한다.

4. 1-3을 5회 반복한다.

여기까지 하면 X표가 5개인 문제는 거의 남지 않습니다.

 

다음에는

1. 문제, 보기에서 아는 부분은 지우고 메모를 한다.

   예를 들면, 인재를 등용하고자 독서삼품과를 시행하였다.원성왕

2. 남겨 두었던 33회와 26회도 푼다. 초고난이도 문제이기 때문에 주의 환기가 됨.

3. 9일 동안 1-2를 반복한다.

4. 남은 4일 동안 해설집을 보며 여전히 모르는 것을 외우기 시작.

5. 시험 전날, 최태성 선생님의 전야제 듣기.

끗.

 

공부 시작하고 5일 쯤 지나서 특이점이 오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왜 이렇게 인생 힘들게 사나(?) 회의감이 들면서, 만점은 필요 없다, 50회 이상 33, 26회 미만 정도의 난이도에서 딱 70점으로 2급을 받을 정도만 공부하면 되지 뭐...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ㅡㅡ

틀리라고 내는 문제는 예의 바르게 틀려주고.

그래서 중간에 헤밍웨이의 소설 두 편, 박준 시집 한 권을 읽고 글도 쓰고 친구도 만나고... 약간 나사가 빠진 상태로 지냈습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박시백 화백의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만화책도 읽고.

 

공부했던 자료들

어렵거나 복잡한 문제는 사실 굳이 외우지 않았습니다.

그냥 70점만 맞으면 되고, 3점 짜리 문제 10개만 틀리면 되고, 10문제는 전체의 20%니까 그냥 틀리고 말지 뭐... 라는 생각 때문에.ㅡㅡ

 

그럼에도 최태성 선생님의 전야제를 들으니 전야제 내용의 95% 이상이 머리에 들어 있었습니다. 이 정도면 50회 이상 난이도라도 2급은 받겠구나 확신했구요(전야제 덕분에 3문제 정도 더 맞았습니다).

전야제 내용만 100% 머리에 들어있다면 50회 난이도 기준 턱걸이 2급은 가능한 것 같습니다.

 

12시까지 논현동으로 날아가야 해서 11시 전에 시험장을 나와야 했던지라...

찬찬히 봤으면 맞췄을 문제 2개 정도 시원하게 날리고 86점이 나왔습니다.

 

이번 시험이 쉬웠다고 하고, 90점 이상 고득점인 분들도 엄청나게 많고...

시험 난이도를 생각하면 1급이지만 86점이 굉장이 낮은 점수라는 기분이 듭니다.

그나마도 이 점수도 내가 공부한 결과가 아니라 망한 난이도 조절 때문에 얻어 걸린 것 같은 찜찜함.

많이 헷갈려 했다는 34번이나 50번은 다 알고 풀었고, 맞은 것 중에 찍은 건 없었으니 실력이 맞긴 한데...

필요한 급수가 나왔으니 됐죠.

 

한국사는 처음부터 끝까지 최태성 선생님께 의지해서 공부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점수 확인하자 마자 선생님의 「역사의 쓸모」 예스 리커버 버전으로 구매했습니다.

 

연초부터 연말까지 난이도가 그라데이션으로 올라가는 경향이 있는 것 같으니...

다음 시험에는 다들 꼭 접수 성공하셔서(!) 좋은 결과 얻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조선사에 흥미를 가지고 싶은 분들은 위에 적은 박시백 화백의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강력히 추천합니다. 하지만 시험공부용으로는 그렇게 추천하지는 않아요. 기본이 되어 있고 머리 식힐 때 본다면 분명히 도움이 되지만... 시험을 위해서는 너무 돌아가는 느낌이라. 무엇보다 너무 재밌어서 시간순삭 되는 바람에 공부할 시간이 줄어듭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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