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성대 그곳 - 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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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성대 그곳 - 마실

by 이정리 2021. 2. 8.

오랜만에 심박사를 만나러 낙성대에 갔다.

정신줄 놓은 김에 다시 태주(카메라)도 데리고 다니며 사진을 찍기로 했다.

 

네 살 때부터 산동네, 재개발 지역, 산동네와 재개발 지역을 밀고 들어선 아파트에서만 살아온 내게 낙성대는 독특하고 매력적인 동네이다.

아파트 단지가 없고 연립주택, 다세대주택이 군집을 이룬 동네.

전통시장이 동네 주민의 식탁을 책임지는 동네. 

이 두 가지 덕분인지 대형마트가 하나도 없는 동네.

제법 괜찮은 동네카페가 사랑방 역할을 하는 동네.

이 동네에서 몇 년을 살아야 알 수 있는 속내는 외지인인 내게 그닥 중요하지 않다.

 

낙성대에서 가장 좋아하는 곳은 인헌시장이지만 가게 주인분들이 사진 찍는 것을 별로 안 좋아하셔서... 안타깝지만 사진이 없다.

 

이날 낙성대에서 첫 번째로 간 곳은 동네카페 마실.

 

심박사와 내가 자리 잡은 창가 자리의 소박한 인테리어.

청동 조명.

창가의 바 형식 테이블 까지, 매장에 테이블이 세 개 있는데 그 중 하나.

다른 한 곳에는 이미 손님이 있었다.

 

심박사는 아이스 카라멜 마끼아또.

약간 허기졌던 나는 핫초코.

음료는 카운터에서 결제. 사장님께서 서빙해주신다.

넉 달만에 카메라를 잡은지라 초점이고 뭐고 거의 다 까먹었다.

한동안 데리고 다니며 다시 손에 익혀야 할 듯.

따뜻한 것보단 차가운 음료가 사진 찍기에는 더 예쁘다.

 

창가에 앉아 사람들이 오가는 풍경을 보며 심박사와 나눈 대화.

관계의 스펙트럼,

인간에 대한 신뢰와 불신,

박준의 시에 대한 의견,

문학과 교육이 프로파간다의 도구가 되는 것에 대한 성토,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생존전략,

헤밍웨이의 마초기질과 불륜,

책과 독서에 얽힌 추억,

박완서, 브론테 자매, 미우라 아야코,

아마추어 다운 문학비평,

책 몇 권 추천.

 

신나게 떠들고 나니 배가 고파져서 식사를 하기 위해 자리를 떴다.

나와서 보니 이런 A형 입간판이 있었다.

뭔가 하얀 배경에 까만 글씨와 적당히 슨 녹이 마음에 들어서 한 컷.

 

카페 분위기는 뭐랄까..

한 26년 정도 그 자리에 있었던 것 같으면서 생긴지 얼마 안 된 것 같은 느낌.

이런 자신만의 분위기가 있는 동네카페가 계속 유지되었으면 좋겠다.

참, 이 카페에는 디저트류가 전혀 없다. 오직 음료만 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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