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방법도 모르겠고 해도 안 느는 것 같아서 청해 포기하고 문법과 독해로 커버하겠다는 분들이 많죠. 저도 그랬지만 결과는...
제가 청해를 손 놓지 않고 단 하나만 더 맞혔어도 두 번 시험 보지는 않았겠죠.
1표만 소중한 게 아니에요. 1점도 소중합니다.ㅠ
지텔프 청해가 악명 높은 이유는 '문제를 시험지에 적어놓지 않는다'는 거잖아요.
꿈도 희망도 없죠. 저도 첫 시험 때는 이게 뭔고 싶어서 아예 손 놓았습니다. 인강도 청해 부분은 안 들었어요. 들어봤자 모르는데 스트레스 받기 싫어서. 결과는 점수가 말해줍니다.ㅡㅡ
결국 실제로 제가 청해 공부를 한 기간은 딱 13일이었습니다. 58점이 잘한 건 아니지만 13일만에 27점을 올렸으니(이 27점은 총점이 아니라 청해 26문제를 100점으로 환산한 점수입니다) 확실히 성과는 있는 셈이네요. 개수로 환산하면 7, 8문제를 더 맞은 거라, 운이라고만은 할 수 없겠죠.
제가 점수를 올린 핵심은 '청해를 독해로 커버한다'입니다. 안 들리고 시간 없는 걸 어쩌겠어요.ㅡㅡ
시간이 지나며 질문은 좀 들리기 시작했는데, 보기를 읽을 시간이 없어서 틀리는 경우가 많았습니다(진짜 어쩌라고). 그래서 문법에서 번 시간을 청해 보기 읽는 데 투자해서 커버했습니다.
어떻게 13일 만에 청해 7, 8문제를 더 맞췄는지 공부법, 풀이법 후기 남깁니다.
1. 단어 외울 때 발음 듣고 읽으며 외우기
독서실에서는 좀 어렵겠지만. 단어 검색하면 발음도 들을 수 있는 걸 이용해서 눈으로 보고 입으로 따라하는 연습을 했습니다. 말로 해야 들리거든요.
2. [질문 - 본문 - 질문] 1세트를 하루 5회독 돌리기
지텔프 청해도 독해처럼 4 파트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한 파트 당 6, 7문제가 배정되구요. 먼저 질문을 들려주고 본문, 다시 질문을 한 번 더 들려줍니다. 이걸 한 세트로 봤을 때 하루 다섯 번씩 들었다는 거죠.
모의고사 해석집에는 다 청해 지문과 질문이 나와 있습니다. 시험 볼 때 스크립트 없이 한 번 듣게 되고, 복습으로 같은 문제를 네 번씩 스크립트 보며 듣습니다. 독서실에 사람 없을 땐 따라 읽기도 했습니다.
솔직히 이게 단어 외우는 것보다 더 싫었습니다. 진짜 나중에는 너무 힘들어서 '내가 왜, 레스토랑 주방용품 소독하는 방법을 영어로 알아야 하는데!!!!!!!' 짜증이 나더라는.ㅠ
더 했다간 진짜 토할 것 같아서 5번 까지만 했어요. 하지만 많이 할 수록 좋습니다.
3. 보기 읽는 데 5분 투자하기
이건 문법을 10분 컷으로 풀 수 있다는 걸 전제로 합니다.
청해는 시험 시작 20분 뒤 방송이 나오기 때문에 정해진 시간에만 들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3시 15분 부터는 하던 거 멈추고 청해로 가서 보기를 읽기 시작합니다. 보기만 잘 이해해도 본문의 내용이 유추 가능하고, 질문의 의문사도 짐작할 수 있습니다. to 동사... 라면 ~를 위해 라는 뜻이니까 목적을 물어볼 것이고, because... 라면 질문은 why일 확률이 높겠죠.
물론 5분 안에 다 못 읽습니다. 청해는 26문제, 문제 당 보기 4개, 그럼 읽어야 할 보기 104개. 이걸 5분 만에 읽으려면 보기 하나 당 최대 3초를 넘으면 안 되는데 한국어로도 어렵지 싶습니다. 그래서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하는데...
- PART 1, 3 보기 먼저 읽기
이 두 파트는 두 사람의 대화 형식이고 일상 주제가 대부분이라 그나마 쉬운 편입니다. 여기서 점수를 딸 확률이 높으니 더 집중해주는 거죠. 특히 두 파트의 마지막 문제는 거의 '둘의 대화 뒤 A가 할 행동은?' 혹은 '대화 뒤 A의 선택은?' 유형의 질문이 나옵니다. 이 문제의 질문을 잘 듣고, 보기를 미리 해석해 놓고 본문 마지막 부분을 집중해서 들으면 점수를 올릴 수 있어요.
그리고 PART 3는 반드시 A가 ⓐ와 ⓑ 중 고민, B와 함께 ⓐ와 ⓑ의 장단점 의논, A의 최종 선택 흐름으로 갑니다. 그래서 저는 아예 문제지에 표를 그려놨습니다. 문제도 'B의 의견에 따르면, ⓐ의 단점은?' 이런 형식이 하나 이상 나옵니다. 특히 PART 3의 마지막 문제 보기를 읽으면 A가 고민하는 ⓐ와 ⓑ가 뭔지 미리 알 수 있습니다(이건 거의 99.9%). 고민 주제가 나오면 내용도 짐작해볼 수 있고 이해하기도 좀 더 수월해지죠.
일상 대화는 굉장히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내용입니다. 그게 영어라 문제지만.
예를 들어, A가 종이 바구니와 플라스틱 바구니 중 고민한다면 종이 바구니의 장단점 - 환경친화적이지만 내구성 약함, 플라스틱 바구니의 장단점 - 튼튼하고 여러 번 쓸 수 있지만 환경에 안 좋음, 이런 내용이 되겠죠.
그리고 마지막에 B는 반드시 '그래서 넌 어떻게 할 건데?'라고 묻고 A는 결코 '이걸 쓰겠다'고 대답하지 않습니다.ㅡㅡ '튼튼한 것도 좋지만, 역시 난 환경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 라는 식으로 대답해요. 그럼 A가 환경을 생각해서 종이 바구니를 선택하겠다는 걸 추측해낼 수 있습니다.
굳이 팁이라고 한다면, 지텔프는 환경에 대해 입장이 단호한 편입니다.ㅡㅡ '조금 불편해도 환경을 위한' 선택이 답이 될 확률이 높아요.
- PART 2, 4 보기의 고유명사(제품/프로그램/회사명 등) 미리 체크하기
PART 1,3에 시간을 할애하고 나면 사실 나머지 파트는 보기 힘들어요. 그러면 단 하나, 고유명사만 확인해 둡니다. 2, 4파트의 특징은 화자 혼자 이야기하는데 어떤 대상(신제품, 프로그램, 수업, 논문작성법 등 정말 다양합니다)에 대한 설명입니다. 그러다보니 고유명사가 주어가 될, 우리에게 생소할 확률이 높습니다. 보기에서 미리 '아, 이것에 대한 설명이겠구나' 싶은 고유명사를 잡아 두고 속으로 발음연습을 한 번 정도 해봅니다.
4. 질문/본문 키워드 약자로 적기
의문사 정도는 what=t, why=y, how=h 정도로 표기 가능한데 이게 아주 익숙해지지 않으면 더 복잡해집니다. 약자에 집착하지 말고, 차라리 나만 알아볼 수 있게 한글로 쓰는 게 나을 수도 있어요. which는 '휘치'라고 갈겨 써도 됩니다. 그게 중요한 건 아니니까요. 질문과 질문 사이에 약간 시간이 있기 때문에, 저는 최대한 한글로 키워드를 써 놓았습니다. 영어 고수가 아니라서, 영어로 써 놓으면 제가 써놓고도 뭔 말인지 까먹을 때가 있어서...ㅡㅡ
특히 사람 이름은 정말 중요합니다. 1, 3파트는 누가 무슨 말을 했는지 물어보기 때문에 이름 헷갈리면 안 돼요. 문제 풀다가 둘 다 이름 머릿글자가 같은 게 세상 짜증납니다.ㅡㅡ
2, 4파트 중에는 '과정 설명' 문제가 아주 자주 나옵니다. 그러면 첫째, 둘째, 셋째.. 이런 식으로 설명하죠. 이런 지문이라면 문제에 '두 번째 과정에 대한 설명으로 맞는 건?' 이런 문제가 하나 나오게 돼 있어요. 문제를 들을 때 이런 서수(first, second, third...)가 들리면 숫자든 기호든 반드시 적어놓아야 합니다.
제 모의고사 문제지입니다. 한글/영어/기호 난리 났죠. 보기 해석한 거 보면 독해 문제 푸는 것처럼 너저분.
이렇게 풀어도 반타작 조금 더 나오는 수준이지만, 이렇게 해서 한 문제라도 더 맞출 수 있는 게 중요하니까요.
실제 시험장에서는 이것보다 더 너저분했습니다.
5. 그래도 안 들리고 모르는 문제는 상식적으로 찍습니다.
노베이스가 아무리 단어 외우고 난리 쳐도 한계가 있어요. 그건 당연한 거에요. 한 번호로 기둥세우기는 이럴 때 필요합니다. 하지만 그래도 미련이 남는다면, 보기 중 이질적인 것 혹은 상식적으로 가능한 것을 찍습니다.
상식적으로 찍기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 본문 흐름과 상충하는 보기: 예를 들어, 질문에 not이 없고, 경제적이고 환경보호에도 효과적인 '천연 비료'에 대한 내용인데 보기에 갑자기 '화학 비료' 얘기가 혼자 나온다면 그게 답일 가능성을 생각해보는 겁니다.
- 그냥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내용: 가끔 나옵니다. '패스트푸드는 건강에 좋다'는 식으로.
청해는 깨끗이 포기했었고, 해도 안 될거라 생각했는데... 하면 되긴 됩니다.
극적으로 귀가 뚫리지는 않지만, 운 나쁘게 독해에서 점수를 깎여도 청해 한 두 문제로 보완할 수 있으니까요.
결국 저는 두 번째 시험을 준비하며 그 1점이 너무 소중해서, 그 1점을 위해 단어를 1,200개 외우고 듣기를 5번씩 반복한 셈이죠. 그 마음이 공부 방법을 바꾸고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습니다.
이제 마지막, 시험 현장에서의 시간관리 하나만 남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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