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뱅이 책벌레의 부자 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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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 후 셋째 날 일본 '정리의 여왕'이라는 곤도 마리의 방식으로 방을 정리하기로 했다. 방법은 1. 포스트잇과 필기구를 챙기고 장갑을 낀 뒤 집에서 가장 큰 이불을 거실 바닥에 편다. 2. 이불 정중앙에 서서 집 안 사방을 향해 한 번씩 인사를 한다. "집 안에 있는 물건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 여러분을 모시고 정리정돈하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3. 모든 서랍에 있는 모든 물건을 이불 위에 꺼내 놓되 던지지 말고 차근차근 올린다. 4. 사죄와 존중의 의미를 담아 무릎을 꿇고 앉아 물건 하나를 집어들고 이 물건이 나를 설레게 하는지 느껴본다. 5. 여전히 설레는 물건은 오른쪽, 설레지 않는 물건은 "그동안 고마웠워" 혹은 "사용하지 않고 버려둬서 미안해"라고 말하고 "안녕, 잘 가"라고 인사한 뒤 왼쪽에 둔다. 6. .. 2020. 8. 18.
퇴사 후 둘째 날 그날 할 일을 미리 적어두고 실행하기로 했다. 오늘 할 일은 1. 이불, 담요 빨래 > 드디어 장마가 끝나고 해가 나기 시작했으므로 2. 휴대전화 정리 > 방과 책상 만큼 내면이 적나라하게 반영된 물건이므로 3. 내가 가장 관심 가지는 분야 찾기 > 「돈의 속성」에서 조언한 대로 주식 입문을 위해 우려했던 대로 휴대전화를 정리하며 거하게 현타가 왔다. 덕질에 할애한 용량이 100GB가까이 된다. 몇 달 전 본격적으로 방을 정리했을 때 느낀 현타의 그 느낌. 내가 내 삶의 주인이지 못하고 최애를 삶의 중심에 놓았던 것에 대한 부끄러움. 내 미래를 위해 투자하지 않고 '어른의 덕질은 이런 거야'라며 허세 부리듯 돈을 써댔던 것에 대한 후회. 최애 잘못이 아니라 개념 없는 내 잘못이다. 지금이라도 다시는 같은.. 2020. 8. 16.
degradation 게이츠헤드에서 학대 받던 제인 에어는 저항의 대가로 '붉은 방'에 갇히게 된다. 외삼촌의 유령(환영)을 본 충격으로 심신이 쇠약해진 제인에게 약제사 로이드가 이것 저것 물어보다 친부와 친척에 대해 이야기하게 된다. 로이드 : 리드 부인 말고는 친척이 없니? ..(중략) 제인 : 리드 외숙모에게 한 번 물어보긴 했는데, 어쩌면 에어라는 성을 가진 가난하고 신분 낮은 친척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생략) 로이드 : 그런 친척이 있다면 가고 싶니? 제인 : .. (중략).. '나에게 가난은 타락과 비슷한 말이었다.' 제인이 생각한 가난은 타락, 원문은 degradation이다. (사회, 경제적 지위의) 하락, 퇴보라는 의미가 더 정확할 거다. 어떤 판본에서는 '죄악'이라고 번역했던 기억이 난다. 「돈의 속성」.. 2020. 8. 16.
퇴사 후 첫날 공교롭게도 오늘이 내 생일이다. 쿨하게 퇴사를 셀프로 선물해버린 셈. 퇴사 후 첫날인데 원래 쉬는 날이라 아직은 감흥이 없다. 논리학 초기에 배우는 게 연역적 추론과 귀납적 추론이다. 나는 주로 갑작스런 아이디어나 통찰을 전제로 개별 근거를 수집하는 연역적 추론을 하는 편이다. 직관적 인간. 같은 맥락으로, 무언가를 할 때는 명확한 목표와 목적(명제)을 정한 뒤 하나 하나 계획(개별 근거)을 세워 수행해가는 편인데.... 이번에는 정말 모르겠다. 이런 식의 퇴사가 처음이라.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길에 들어선 기분. 오래된 용어로 정신적 아노미 비슷한 그런 거. (여행을 다니며 낯선 길을 걷는 것을 좋아하고, 그래서 인생길도 이렇게 가본 적 없는 길을 걷는 것이 흥미롭다. 그렇긴 한데... 이건 지도에도.. 2020. 8.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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