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럼프 극복하기

아무래도 장기 슬럼프에 빠진 것 같다.

1. 몸은 늘어져서 아무것도 하기 싫고 실제로 아무것도 안 하지만 마음은 매우 불편하다.

2. '내가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닌데', '이것도 해야 하고 저것도 해야 하는데' 등의 생각을 끊임 없이 하지만 정작 하는 건 없다.

3. 내가 왜 이러고 사는지 한심하고 매 순간 현타가 온다.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4. 집 밖에 거의 안 나간다.

5. 대인관계가 극도로 좁아진다. 관계에서의 신뢰가 흔들린다.(어제 남자친구분께 마상 입힐 뻔했다)

6. 커피와 알콜 섭취량이 적정선을 넘어섰다.

7. 분명 슬럼프가 시작된 원인이 있겠지만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리고 이제는 원인이 의미 없다.

8. 집중력이 가출해서 돌아올 생각을 않는다.

9. 회복하고 싶은데 어디서부터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10. 괜찮다고 해주는 말들이 더 불안하다. 언제까지 괜찮은 건데......?(잘 해줘도 지랄이다)

11. 기본적인 것들이 무너진다.

12. 슬럼프에 빠진 게 한두 번이 아닌데 그때마다 어떻게 빠져나왔는지 기억이 안 난다.

13. 인터넷, sns 이용 시간이 지나치게 늘어났다.

 

대충 이런 상태가 5월 내내 지속되고 있다. 더 무서운 건 이걸 끊어내지 않으면 6월에도 내내 이럴 수 있을 것 같다는 거다.

그래서 나름의 전략을 세우기로 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너그러운 인싸 남자친구와 내 무기력을 염려해주는 nn년지기 친구와 주 1회 이상은 무조건 만나게 되는 교회 커뮤니티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동네 친구도 조금 있다. 즉, 사회적으로 완전히 고립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요즘 날씨가 좋다.

 

1. 커피는 하루 한 잔

2. 금주

3. 매일 아침 전날의 기상시각보다 30분 일찍 일어나기. 최종목표 기상시각은 오전 4시 30분. 성공하면 1주일 단위로 보상하기. 보상은 베라 바닐라아이스크림 콘.

4. 성경책은 무조건 본문 10장, 시편 4편, 지혜서 2장씩/하루

5. 하루 한 번 이상 외출하기. 외출할 때 추리닝 금지

6. 하루 5,000보 이상 걷기

7. 하기 싫은, 혹은 미뤄뒀던 일 하루에 하나씩만 하기

8. 아주아주 소소한 기쁨 찾기. 요즘에는 마실 나가서 이름 모르는 들꽃 검색하기에 즐거움을 느끼는 중.

9. 내 상태를 신뢰할 수 있는 사람 3명 이상에게 공유하기.

10. 스파게티 면은 1회 60g만 삶기(과식 금지... 얼굴이 달덩이가 되어버렸다.....)

11. 자신감 상승을 위해노력하지 않아도 원래 내가 잘하는 것 하기. 글쓰기, 그림, 가벼운 책 읽기 등

12. 잘 해야 한다는 강박감 버리기

13. 공부 환경 바꾸기. 교회 미디어실을 이용하기로 했다.

 

인터넷이나 sns(그냥 검색하거나 게시물 보는 게 전부이다) 시간을 줄이는 건 의도적으로 노오력 해서 되는 게 아닌 것 같다. 그냥 해야 할 일을 하다 보면 저절로 줄어들겠지.

 

몇 가지는 이미 시작했고 몇 가지는 오늘 비로소 정리가 되었다.

이제 표를 만들어서 하루 하루 점검해나가며 슬럼프를 극복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