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 먼저 얘기하면 독립했다.
원룸. 원룸의 메카 신림동. 월세.
제2종 근린생활시설.
독립의 이유와 독립 전까지 벌어진 일을 글로 쓰면 팔만대장경이 될 예정이라 생략.
부동산 지옥을 여행하는 (무주택) 히치하이커를 위한 삽질안내서는 전에 쓴 글 참조 부탁드림.
쉐어하우스 입성 실패기(자신의 사회성을 돌아보자)
옥탑방 계약 불발기-사소한 단서가 결정적일 때가 있다
집을 구할 때 나만, 너만 돈 없는 것 아니고, 삽질 헛짓 바보짓 하는 거 아니라는 심심한 위로를 전하며...
가난한 자, 부동산 무식자가 집을 구할 때 알아두면 쓸모 있는 핵심만 정리해본다.
1. 제2종 근린생활시설이란?
주거를 목적으로 하지 않은 건물이다. 상가나 사무실을 위해 지어진 공간. 그래서 취사시설(화기류)를 둘 수 없다. 저번 글에 말했듯 수틀리면(?) 구청에 신고가 가능하고, 집중적으로 단속할 경우 거주지 화기류가 다 뜯겨 나가는 대참사가 벌어질 수 있다.... 고 하는데, 실제 사례는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일종의 카르텔이 있지 않을까.
제2종 근린생활시설(이하 2종근생)을 주거용으로 세를 주는 것도, 주거하는 것도 위법이라는 이야기이다. 다만 불법은 아니다.
하지만 월세건물 대부분이 2종근생인 것이 현실이다.
1-1. 불법과 위법의 차이?
한 글자 차이지만 매우 크다.
2종근생이 위법건물이라는 건, 법은 위반했지만 존재는 할 수 있다는 뜻. 그러므로 등기부등본이나 건축물대장에 건물이 등록되어 있다. 위법 건축물이라는 문구와 함께.
불법은 존재 자체가 불법이라 아예 건축 허가가 나지 않아 서류 상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대부분 위법건물이란 방 쪼개기, 옥탑방 불법 증축 등이다.
슬프지만... 극단적으로 말해 대부분의 2종근생 원룸=위법이라고 보면 된다.
1-2. 왜 이런 위법행위를 하는 걸까?
돈 때문이다.
건물을 지을 때 주택으로 신고하면 심사가 훨씬 까다롭고 비용도 올라간다. 세대 별 1대 이상 주차공간이 확보되지 않으면 허가 자체가 나지 않는다. 그래서 신고는 2종근생으로 하고 실제로는 주거용으로 지은 뒤 세를 받는 것이다.
구청도 놀고 있지는 않아서 위법건축물에 벌금을 물리지만, 벌금 내고 월세를 받는 게 훨씬 남는 장사라 집주인(건물주)들은 신경도 쓰지 않는다.
가난한 무주택자들의 처지와 집주인의 이익이 맞아 떨어지니 구청도 마냥 엄하게 단속할 수 없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정말 다 때려잡으면 길거리로 쫓겨날 사람이 한 둘이 아닐테니... 슬픈 현실.
2. 세입자의 권리보호는?
가장 중요하고, 두통을 일으킨 부분.
법의 사각지대 까지는 아니지만, 위법의 테두리로 밀려나면 법의 보호를 받기 힘들어지는 게 현실이니 2종근생에 주거하는 세입자는 앞이 캄캄할 수밖에 없다. 위법체류자 신세랄까.
현실이 이모냥이라, 다행히 2종근린에 주거해도 주택에 주거하는 세입자와 거의 동일한 보호를 받을 수 있다.
만약 집주인(건물주)가 파산해 내가 주거하는 건물이 경매에 넘어가거나 주인이 바뀌는 경우에도 일방적으로 쫓겨나지 않으며, 일정 금액 보증금도 돌려 받을 수 있다는 것.
2-1. 보증금 보호
확정일자를 받고 전입신고를 하면 보증금 5,000만 원까지는 우선보호대상에 들어간다.
쉽게 말해 내가 세들어 사는 집이 경매에 넘어가 빚잔치가 시작될 때, 내 보증금을 가장 먼저 돌려준다는 이야기다. 다만 위에 적은 것처럼 보증금 전액이 아니라 최대 5,000만 원이므로 만약 보증금이 1억이라면.... 일단 5,000만 원까지는 돌려 받지만 나머지 5,000만 원은 후순위로 밀릴 수 있다. 최악의 경우 못 돌려 받을 수도 있다.
그래서 나 같은 소액 보증금 월세는 괜찮지만 전세는 절대 2종근생에 들지 말라는 말을 하는 것이다. 보증금이 커지면 위험이 그만큼 커지기 때문에. 또, 그냥 앉아 있으면 보증금을 받는 게 아니다. 경매에 넘어갈 경우 알아서 구제신청 등을 해야 한다.
그냥... 건물주가 안 망하도록 기도하는 게 정신건강에 좋을 듯. 젠장.
가장 중요한 것.
이 모든 세입자로서의 권리를 보호받으려면 제발 확정일자 받고 전입신고 하자.
이건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치 않다.
정부 24에서 인터넷으로도 가능하고 주민센터에서도 가능하다.
계약서와 신분증(인터넷은 인증서)은 반드시 필요하다.
수수료는 인터넷 500원. 주민센터 600원. 카드 결제도 된다.
나는 계약서 작성 끝나자 마자 근처 주민센터 날아가서 바로 처리했다.

2-2. 세대분리/세대주 신고
어버버 하느라 사진을 못 찍었는데... 나 같은 경우 세대주(아버지) 밑에 세대원으로 있다가 독립을 해서 세대분리를 하고 세대주가 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세대주 신고를 따로 해야 했다. 주민센터에 서류가 다 구비되어 있고 직원분이 잘 설명해주시니 두렵고 모르겠으면 그냥 주민센터로 가자. 유능한 분들이 도와주신다.
어떤 블로그에서 2종근생 주거 시 세대주 신고가 안 된다는 글이 있었는데 아니다.
2종근생도 세대주로 등록 된다.
나는 청약과 취업지원 등을 고려하고 있어서 세대주 등록이 필요한 상태기 때문에 직접 주민등록 초본 발급해서 확인해보았다. 확정일자 받고 전입신고 처리가 되면 곧바로 초본도 변경되었다. 다만 주민센터는 바로 처리되지만 인터넷은 3시간 정도 걸린다고 한다. 약간의 발품과 100원을 더 들일 가치가 충분한 것 같다.
이 덕분에 정부의 국민취업지원 제도 I 유형 대상자로 선정되었다.
3. 부동산 중개수수료와 월세 공제가 어떻게 되는가?
3-1. 부동산 중개수수료
2종근생은 법적으로 주택이 아니기 때문에 상가 및 사무실 중개수수료를 받을 수 있다. 더 비싸다.
법적 중개수수료는
{보증금+(월세액x100)} x 상한요율% (VAT 별도)
이다.
여기서 상한요율에 따라 부동산 중개업자가 세입자에게 사장님이 되느냐 사장ㄴ이 되는지가 갈린다.
자세한 건 중개수수료 계산기에 나와 있기에, 보증금 1,000만 원에 월세 45만 원인 나의 경우만 대입해보자.
상한요율은 거래금액({보증금+(월세액+100)}에 따라 정해진다.
나는 거래금액 5,500만 원이므로 주택으로 책정될 경우 상한요율(서울) 0.4%.
VAT 합쳐 총 242,000원.
주택 외 부동산으로 책정될 경우 상한요율(전국 동일) 0.9%.
VAT 합쳐 총 544,500원.
안 그래도 위법건축물에 주거해서 덜덜 떨리는데 중개수수료까지 두 배 넘게 낸다면 눈물이 난다. 하지만 절대 을의 입장인 가난한 세입자에게 선택의 여지는 많지 않다. 다 법의 범주 안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자료를 많이 알아보고 좋은 사장님을 알아보는 안목을 키울 수밖에.
혹은 중개수수료 현금영수증 안 받을 테니 VAT를 빼 달라고는 할 수 있겠다. 만약 안 빼준다면 현금영수증 곡 챙겨서 소득공제라도 받자.
(딴 얘기지만 록밴드 국카스텐의 프론트맨 하현우가 사는 게 너무 힘들고 세상이 무서워서 관상과 손금 등을 죽도록 공부했다는데... 왜 그랬는지 15000000% 이해된다.... 돈 없고 힘 없는 자의 무기는 '사람 보는 눈'이다...)
나는 좋은 사장님을 만난 덕에 주택 요율 적용하고도 더 할인을 받았다.
3-2. 공제
공제에는 크게 소득공제와 세액공제가 있다.
세금은 언제나 머리 아프고 여기서 할 얘기도 아니라 패쓰. 오직 월세 관련으로만 적어본다.
일단 둘 다 현재 수입이 (세금을 내고)있고 조건이 맞아야 적용 가능하다.
주택은 세액공제가 가능하지만 2종근린은 소득공제만 가능하다.
조건이 맞을 경우,
세액공제는 최대 월세의 12%까지 가능하다. 공제 총액은 제한되어 있지만.
소득공제는 월세 현금영수증을 받아야 하고 말 그대로 현금영수증에 적용되는 금액만큼만 공제 가능하다.
당연히 세액공제보다 금액이 적을 수밖에 없고, 현금영수증을 받아야 한다는 껄끄러움이 있다.
하지만 집주인을 거치지 않아도 홈텍스에서 발급 가능하므로 크게 걱정할 건 없다.
여기서 얘깃거리가 몇 개 나온다.
첫째, 현금영수증 발급에 집주인의 의견은 중요하지 않다.
소득세를 내지 않으려고 현금영수증 발급을 거부하는 집주인이 있는데, 그냥 내 통장에서 월세가 나간 기록만 있으면 홈텍스에서 발급 가능하다(집주인은 소득세 폭탄을 맞겠지). 다만... 만약 계약서 상의 임대인 명의와 월세를 받는 이의 명의가 다르면 홈텍스 발급이 불가능하다. 월세 깎아주는 대신 명의를 다르게 하거나 현금영수증 발급을 차단하는 경우가 있는데 여러 모로 거르는 게 낫다.
아무리 법이 그지 같다고 해도, 최대한 법의 울타리 안에 있어야 보호를 받을 수 있다.
둘째, 월세를 적게 받고 관리비를 폭탄을 안기는 경우가 있다.
내 경험이다. 낙성대 쪽에 집을 알아볼 때 건물주 양반이 월세는 17만 원만 받는 대신 관리비를 21만 원 받겠다고 한 적이 있다. 월세는 소득으로 잡혀서 세금을 내야 하지만(국세청은 유능한 기관이다...) 관리비는 세금이 없다는 맹점을 이용한 임대인이 상당히 많다. 집은 괜찮은 편이었지만 왠지 찜찜해서 계약하지 않았다.
셋째, 현금영수증 발급 뒤 임대인이 VAT를 요구할 수 있다.
역시 내 경험이다. 다만 나는 임대인이 법인이라 VAT가 면제되기 때문에 따로 내지 않아도 된다는 확인을 받았지만... 다른 경우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발생한 VAT를 요구한다는 자체를 처음 알았다. 이게 합법인지 아닌지까지는 모르겠다. 국세청에 확인해봐야 할 부분. 만약 합법이라면... 월세의 10%를 내고 소득공제를 받는 게 더 나을지는 생각해볼 문제.
권리 챙기기 힘들다. 임차인 뿐 아니라 임대인 권리라는 것도 있으니까...
5. 그 외 알아두면 괜찮은 정보
그럼에도 나처럼 2종근생에 살기로 했다면...
위법이지만 처음부터 주거용으로 지은 건물을 선택하는 게 낫다. 2종근생 포함 위법주거지는 돈벌이가 목적이므로 쪼개기, 증축 등 온갖 편법과 위법을 사용한다. 원래 방 하나인 걸 가벽 하나 세우고 두세 개로 쪼개거나 옥상 물탱크를 대충 옥탑방으로 만드는 식.
전에 모 대학 근처에 친구 집에 갔다가 직접 보고 뒷목 잡았던 적이 있다. 컨테이너만도 못한 물건에 얇은 가벽을 세워 방음은 커녕 틈새로 옆방 불빛까지 비치는 2평도 안 될 방이었다.
내 집은 처음부터 주거용으로 설계해서 그래도 사람 사는 집처럼 생겼다. 적어도 불법쪼개기나 가벽은 쓰지 않았다는 이야기. 방음은 안 되지만.
그리고 내가 사는 층은 2종근생이지만 윗층부터는 주택으로 등록되어 있다. 요즘 이런 식으로 짓는 원룸이 제법 많다고 한다. 다 돈을 벌려는 편법이다. 쉽게 말해 주상복합건물로 신고해 건물 짓고 상가 층을 주거용으로 만들어 월세는 받으면서 주차장은 줄이는 것.
하지만 주택으로 등록되었다는 이유로 방은 훨씬 작고 보증금은 더 비싼데 시설이 똑같아서 그냥 2종근생을 선택했다.
아무리 임차인이 가난하고 임대인이 돈에 환장했어도 정도를 지나친 물건이 집이라는 이름을 달고 거래된다.
집을 알아보며 돈에 미친 인간의 밑바닥도 보는 것 같고, 자괴감도 들고, 그만큼 감사하기도 했다.
그나마 나는 나이도 있고(그만큼 사회생활, 인간관계 경험이 많다) 정보도 나름 열심히 수집했고, 가장 중요한... 좋은 사람을 많이 만나서 원하는 조건의 집을 예산 안에서 구할 수 있었다.
글이 많이 길어졌지만... 더 적은 경험과 예산으로 살벌한 서울살이를 홀로 시작하는 이들에게 작은 감이라도 줄 수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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