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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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라이프/집 구하기

월세 구하기

by 이정리 2021. 10. 14.

너무 많은 일이 최근 한 달 사이에 모두 벌어졌다.

9월 말 월 단위 단기계약이 가능한 숙소를 수배해 호텔 한 달 살기 프로모션과 코리빙하우스라는 거주 형태를 알게 되었다. 이 당시에는 고시원은 미처 생각지 못했다.

세 군데 정도 실물 보며 조건을 따져본 뒤 보증금 150만 원에 월세 141만 원인 코리빙하우스에 입주하기로 정하고 급하게 이사했다. 월세로만 따지면 미친 금액이지만 한 달 단기로 집 다운 조건을 갖춘 주거환경을 구하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보통 쉐어하우스 도 광고문구와는 달리 한 달 계약은 잘 하지 않았다. 가능했어도 과거 경험상 안 들어갔겠지만.

 

계약기간이 한 달이라 몸과 마음을 수습하기 위해 10일 정도는 그냥 쉬었다.

이후 계약만료 후 독립할 집을 본격적으로 알아보기 시작.

 

위치는 지인을 따라 관악구 신림동 근처로 정해 놓았다. 몇 번 가보며 동네 분위기나 생활물가를 파악해놓았고, 경험상 중개어플은 이용하지 않기로 했다. 지인의 지인찬스 사용.

10월 12일 하루 동안 원룸 7개 정도를 미친 듯이 둘러보았다. 조건을 꼼꼼히 적어갔지만... 의미 없었다.ㅡㅡ

 

첫 번째 집은 강력한 인상의 옥탑방 이었다.

콘크리트가 아니라 컨테이너 외벽의 의혹이 강하게 들지만, 옥탑방 치고 엄청나게 넓었다. 작은 거실에 투룸, 다용도실까지 있었다. 게다가 마당도 제법 크고 볕이 아주 잘 들었다. 전망도 괜찮고 주변 건물도 신경 쓰일 정도로 높지도 않았다. 그리고 집주인이 아랫집에 살지만 옥상에 거의 올라오지 않는 것이 확실했다. 다만 옥탑까지 4층 높이인데 엘리베이터가 없고 옵션이 없었다. 월세가 40이었는데... 바닥 장판이 울고 있고, 에어컨도 없었다.ㅡㅡ 그래도 옥탑방 치고는 매우 괜찮은 편. 타협의 여지가 있었다.

 

반지하 ... 이름이 좋지 그냥 지하는 보증금 300에 월세 30, 관리비 없이 공과금 별납(쓴 만큼 낸다)에 매우 큰 투룸까지도 가능했다. 다만 건물 자체가 워낙 낡은 그옛날 빨간벽돌집에 도어락부터 부실하고 볕이 전혀 들지 않았다. 옵션은 아무것도 없다. 다 새로 사야 한다. 주거비가 싸고 상당히 넓다는 건 장점이지만.... 웬만한 멘탈도 우울증 걸릴 것 같다.

 

2층에도 같은 금액의 넓은 방이 있었는데, 들어서자마자 퀴퀴한 냄새가 마스크를 뚫고 풍겨 왔다. 다만 욕실이 매우 넓고, 싹 리모델링한다고 해서 매력 있긴 했지만... 도어락이 유리로 되어 있다. 그 옛날식 유리+철골문에 도어락만 단 것. 겨울에 매우 추울 것이다. 그리고 집주인님이 말실수를 했는데, 방에 볕이 잘 든다고 했지만 유리문을 철문으로 바꿔야겠다는 부동산 사장님의 말에 '그럼 햇빛이 안 들어요'라고 한 것. 퀴퀴한 냄새는 그냥 나는 게 아니다.

하지만 공간이 넓고 주택가라 조용하고 비용이 저렴하기 때문에... 장단이 너무 명확했다.

 

네 번째인가 다섯 번 째로 본 집이 신축 원룸이었다. 약간 비싼 원룸 생각하면 딱 떠오르는 이미지.

신축에 첫 입주, 공용현관 비밀번호 설정 되어 있고 CCTV 달려 있고 엘리베이터도 있다. 침대와 책상, 의자 없는 풀옵션(모순적이지만 ㅡㅡ)이지만 신축 원룸의 조건을 다 갖추고 있었다. 특히 방 사이즈에 비해서도 상당히 큰 빌트인 냉장고. 지금 숙소에서 지내 보니 1인 가구임에도 냉장고는 클수록 좋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전기료는 비싸겠지만.ㅜㅠ

그래서 매우 비싸다. 보증금 1000에 월세 50, 공과금 8(수도, 공용전기-개별전기가 아니다!, 인터넷, TV, 계단청소 포함). 크기는 그날 본 집 중 가장 작았다. 하지만 위치나 시설이 가장 좋아서 1순위로 정해 두었다.

 

그 다음 집은 보증금 300에 월세 45였던가... 엘리베이터가 있고 창도 두 개나 있어서 환풍이 잘 되었다. 제법 넓고 위치도 좋은데다, 월세에 관리비가 다 포함되어 있었다. 다만 전체적으로 낡고 칙칙한 느낌에 방이 다각형으로 생겨서 공간을 활용하기 어렵고 옷장이 없었다. 직전에 너무 삐까번쩍한 신축 물건을 본 게 잘못이었다.ㅠㅠ 하지만 상대적으로 저렴한 보증금과 월세에 괜찮은 사이즈를 감안하면 가성비가 매우 좋은 물건. 여긴 금방 나갈 것 같았다.

 

지인의 지인의 사무실에 가서 다방커피 한 잔으로 한숨 돌리며 마음을 정했다.

보증금 1000에 월 50짜리 신축 원룸. 심히 비싸긴 하지만 내가 생각한 예산 안에 들어있기는 했다.

원래 지인의 지인의 지인(진짜로 그랬다ㅡㅡ) 사장님이 가진 물건이었는데, 지인의 지인께서 지인의 지인의 지인 사장님께 얘기해서 월세는 45만 원으로 낮추기로 했다. 진이 빠지기도 해서 가계약금 30만 원을 입금한 뒤 좀 더 이야기를 하고 집에 왔다.

 

그 후 이틀 동안 잠을 제대로 못 자며 나를 고뇌하게 만든 건 이 건물이 제2근린생활시설이라는 것이었다. 이것 때문에 멘탈과 눈알이 빠질 뻔했다.

제2근린생활시설이란, 본래 주거용이 아닌 사무용으로 지은 건물이라 사람이 근무는 해도 주거는 할 수 없는 시설이다. 그래서 개별 취사가구를 설치할 수 없다. 싱크대나 화구를 둘 수 없다는 뜻. 그런데 집주인들이 굳이 이렇게 위법으로 원룸을 짓는 건, 세대별 주차장 확보가 의무가 아니고 주거용 건물보다 심의가 덜 까다로운 등의 이점이 많기 때문이다. 시니컬하게 얘기하면 대부분의 원룸이 이런 식이다.

불법은 아니지만 위법건축물이기 때문에 누군가 구청에 신고하면 조사를 나오고, 심하면 원상복구 명령으로 싱크대와 화구를 뜯어내는 대참사가 벌어진다... 고 한다.

 

나는 결국 이틀 동안 머리 싸매고 모든 경우의 수를 따진 뒤 나름의 안전장치를 확보하고 이 집을 계약했다. 그리고 계약 끝내자마자 근처 주민센터로 날아가서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를 받았고 세대분리를 했다.

제2근린시설의 특징과 세입자(임차인)에게 발생할 수 있는 불이익, 중개수수료의 차이와 전입신고와 확정일자 등에 관한 것은 하도 이야깃거리가 많아 따로 글을 작성할 예정이다.

 

부동산은 주식만큼 공부해야 한다... 지만 결국, 사람이다.

사람을 잘 만나면 박터지게 공부한 게 약간 우스울 정도로 일이 잘 풀리지만 사람을 잘못 만나면 법적으로도 당할 방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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