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쟁이들은 당장 수입을 늘리는 것이 쉽지 않다. 반드시 만들어야 하는 파이프라인도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주말에 부업을 생각해보지만 체력이 따라주지 않을 수도 있다.
돈을 모으고 싶지만 수입을 늘릴 수 없다면 지출을 줄일 수밖에 없다.
처음 걸어서 출퇴근 하기로 결심한 이유는 돈 때문이 아니라 건강 때문이었다.
고된 일을 끝내면 집에 와서 널브러지기만 했고, 마음 먹고 운동을 시작하면 재미를 느낄 즈음 반드시 허리 디스크가 말썽을 일으켰다. 그래서 PT나 커브스나 끝까지 해본 적 없고, 학습된 무기력은 커져만 갔다.
'난 운동이 체질이 아니야.'
그래도 체력을 길러 놓아야 한다는 압박은 있어서 동네 센터라도 다녀볼 결심을 한 순간, 코로나가 터져벌였다.ㅡㅡ
모처럼 운동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는데 아놔.... 하지만 여기서 핑계 대고 주저앉으면 코로나 사태가 끝나도(그땐 이렇게 오래 갈 줄 몰랐다....) 운동 하긴 글렀다는 생각에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을 생각해본 거다.
몸을 움직이는 것 중 유일하게 좋아하는 건 걷기.
마침 집과 회사까지 거리는 약 3.7km, 걸어서 54분 정도 걸리는 거리였다. 운동삼이 걷기 딱 좋다.
올해 2월 중반 쯤 부터 걸어서 출퇴근을 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평지를 걷는 것도 쉽지 않았다. 대로에서 집까지 짧은 오르막길도 너무 힘들어서 지하 주차장을 통해 엘리베이터를 타고 집에 왔다. 그러다 며칠 지나니 지하주차장을 지나칠 각오가 생겼다. 너무 힘든 지금 이 순간만 지나면 한 단계 나아갈 수 있을 것 같아서. 이 악물고 집까지 걸어 올라왔다.
걸어서 출퇴근을 하기 전, 한 달 차비는 70,000원에서 75,000원 사이였다.
주 6일 출근에 유일한 휴일에도 교육을 받으러 돌아다녔으니 버스만 타도 매일 2,400원씩 차비가 나간 셈.
2월 중순부터 걷기 시작했기 때문에 3월에 결제된 2월 교통비는 4만 원대로 줄어들었다.
그리고 너무 늦게 퇴근하는 날과 멀리 외출하는 정도를 제외하고 계속 걸어다닌 결과.
차비가 43,700원->14,400원->12,100원->12,050원->11,350원으로 점점 줄어들었다.
사실 나도 이 글을 쓰며 처음으로 제대로 차비 감소를 비교해봤는데 꾸준히 줄어든 것이 놀라웠다.
그리고 8월에 결제되는 7월 교통비.
8,950원.
드디어 월 차비가 10,000원 미만으로 떨어졌다.
정말 지독하게 걸었다.
도보 90분 까지는 무조건 걸었고, 폭우가 내리고 강풍이 불고 햇빛이 내리쳐도 걸었다.
동네 마실 나가듯 걸은 게 아니라 배와 하체에 힘을 주고 정면을 응시하며 파워워킹으로 걷고, 신호대기에 걸리면 복근과 괄약근에 힘을 뙇 주며 기다렸다. 그렇게 하면 가만히 있어도 땀이 났다.
무더운 날엔 하도 땀을 많이 흘려서 백팩에 소금기가 하얗게 묻어날 정도였다. 결국 땀이 잘 흡수되고 빠르게 건조되는 기능성 트레이닝복을 입고 출퇴근을 하기로 했다.
처음엔 건강을 위해 시작한 출퇴근길 걷기.
시간이 지나며 점점 차비가 줄어드는 것이 재미있었고, 돈 안 들이고 코로나 시국에도 운동을 한다는 자부심도 조금 생겼다.
걸으면 하루의 스트레스가 풀리고 생각이 정리되었다. 마음가짐도 더 당당해지고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내 통제 밖의 도로 상황 등에 얽매이지 않아 대중교통으로 인한 스트레스도 사라졌다.
걷기 시작한지 6개월이 지난 지금은 처음 만난 사람이 '운동하세요?'라고 물어볼 정도로 근력이 붙었다. 스스로도 근육이 단단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정도.
살면서 장점은 많지만 단점은 없는 것을 만나기 쉽지 않은데, 출퇴근길 걷기는 좋은 점밖에 없다.
짠테크를 준비하는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른다면 먼저, 내 출퇴근 거리가 얼마나 되는지 확인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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