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마켓에 물건 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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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생활/짠테크

당근마켓에 물건 팔기

by 이정리 2020. 8. 21.

(구)사장이 당근마켓을 극찬하기에 쓸 만한 물건들을 모아 나도 팔아보기로 했다.

원칙은 세 가지였다.

 

1. 중고이긴 하지만 정말 쓸 만한 물건을 올린다.

2. 물건의 상태를 정직하게 설명한다.

3. 시세보다 싸게 판다.

 

시세보다 싸게 파는 건 빨리 팔기 위해서이다. 청소와 정리정돈에 생각보다 너무 시간과 에너지를 소모했기 때문에, 이번 주 안에는 일을 다 끝내고 싶었다. 시세와 비슷하거나 본전 뽑겠다는 생각을 하면 또 여기에 매달리게 될 것 같아 '이 정도면 바로 연락 오겠다' 싶을 정도로 가격을 내렸다.

 

이 원칙을 가지고 최애 레어템 포함 다섯 개 물건을 올렸고, 정말 물건을 올리자마자 당근이 울려댔다.ㅡㅡ

막판엔 최애 레어템 포함 모든 굿즈를 무료양도하게 되어 종량제봉투에 들어갈 뻔한 물건들이 좋은 주인을 만나게 되었다. 사실 이게 가장 정신적 에너지 소모가 컸던 것 같다. 어쨌든 탈덕한 건 아니니까.

 

오늘 당근마켓의 모든 직거래를 마치고 몇 년 동안 가지고 있던 14k 금붙이들까지 금은방에 팔고 통장에 들어간 돈은 마지막 거래금액을 빼고 14만 원.

내가 판 물건들을 사기 위해 들인 돈과 시간을 생각하면 절로 현타가 온다. 더 현타가 오는 건, 그래도 이 돈은 시급 1만 원을 받고 14시간을 일해야 벌 수 있는 돈이라는 거다.

거기다 '내가 너무 싸게 팔았나?'라는 의구심과 후회가 밀려와 마음을 괴롭힌다.

내 모든 것을 이해하고 사랑하기에는 과거의 내 과오가 너무나 뼈아픈 순간.

 

청소와 정리정돈, 중고 판매는 정말 영혼을 탈곡하는 과정이다. 이걸 왜 아무도 말해 주지 않은 걸까.ㅡㅡ

마음의 준비 없이 너무 무모하게 달려들었나 보다.

그래도 꼭 필요한 과정이니까.

 

그리고 당분간 액세서리고 귀금속이고 안 살 거지만, 혹시 산다면 무조건 24k 순금에 큐빅따윈 박지 않을 생각이다. 귀금속을 구매하는 순간 이걸 팔았을 때를 생각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걸 깨달았다. 큐빅, 탄생석 다 의미 없다.ㅡㅡ

 

이 돈은 아주 귀하게 사용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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