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준비의 준비 -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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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라이프/결혼 준비

결혼 준비의 준비 - 만남

by 이정리 2022. 8. 2.

마지막까지 메타인지가 안 되는 영역이 연애였다.

 

외모와 인격과 성품이 모두 완벽해야 이성에게 사랑 받을 수 있다는 왜곡된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늘 불안하고 깊은 절망감을 가지고 있었다. 사랑 받으려면 완벽해야 하는데 완벽할 수가 없어서. 이성의 사랑과 관심을 갈구하면서도 두렵고 불편해서 늘 만남을 회피했다. 감정은 어긋났다.

 

지금의 남자 친구를 만난 뒤 비로소 인지하게 된 건 내 외모가 상당히 괜찮고 성격도 매력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를 '간 보는' 이성은 늘 있었다. 자랑이 아니다. 내 혼란만 가중시켰으니까.

고백할 것도, 관계를 진전 시킬 것도 아니면서 은근히 주변을 맴돌고 감정을 질질 흘린다. 외로운 나도 덩달아 흔들린다. 그러나 거기까지.

특히 교회에서, 나이는 넘치도록 찼고 가만 두기에는 너무나 매력적이지만 확신을 주지는 못하는 싱글이란 포지션은 괴로운 것이었다.

너무 지겨웠다.

 

남자 친구를 만나기 전에도 또 똑같은 패턴이 반복되었다. 너무 지겹고 괴로워서 얼굴이 불타는 고구마가 되도록 오열했다.

경험적으로 이것은 일주일 오열각이라고 생각해 월요일 새벽예배 때 아예 일주일 치 티슈를 코트 주머니에 챙겨 갔다. 남들의 시선 따위 상관 없었다. 내가 고통스럽다는데 뭐 어쩌라고. 이성 때문에 우는 것이 부끄럽지도 않았다. 이미 솔직히 인정했으니까. 새벽 예배란 원래 통곡의 벽을 세우는 거니까 뭐.

 

그런데 그 오열 둘째 날인 월요일 오전, 갑자기 남자를 소개해 주겠다는 제안이 왔다. 그것도 같은 교회, 사진 담당이란다. 내 사진도 그분이 찍었다는데 기억에 없다.

이성 앞에서 매우 소극적이지만 자기 여자한테 정말 잘 할 사람이라나. 약간 의아했지만 일단 받아들였다.

일주일 오열각을 예상했는데 화요일부터 눈물이 나지 않았다....ㅡㅡ

조심스럽다는 사람이라 주말 즈음에나 연락이 올 줄 알았는데 화요일에 바로 연락이 오더니 수요일에 만나자고 연락이 왔다.

 

엥...?

뭐 조심스럽고 여자 앞에서 소극적이라더니... 이 적극성 무엇?

 

어쨌든 수요일 저녁에 종합쇼핑몰 앞에서 만나기로 했다.

약속 당일 내가 있는 위치를 알려주기 위해 전화를 했다가 몇 미터 앞에서 전화기를 들고 있는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첫인상은 음...

웹툰 미생의(드라마 아니고 웹툰이다) 오과장님 확대판이었다....

음........

 

나중에 남자 친구분께서는 그 날, 그 순간을 회상하기를...

전화 통화를 하기 전 주위를 둘러보다 나를 보고 '아 저 여자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나와 마주 보았을 때 막 종소리가 나거나 후광이 비치지는 않았지만(그는 솔직한 성격이다...), 한눈에 '어어?'라는 마음이 들었고, 식당에서 마스크를 벗자 더 마음에 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야기를 할 수록 말이 잘 통해서 더 마음에 들었고, 이 여자를 꼭 잡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내가 인격과 교양의 함양을 위해 그토록 피눈물 흘리며 애써 왔는데 결국 내 남자 친구분 께서는 내 외모에 반했다는.... 뭐 대충 그런 이야기였다.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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