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준비의 준비의 준비 - 나
본문 바로가기
싱글라이프/결혼 준비

결혼 준비의 준비의 준비 - 나

by 이정리 2022. 8. 2.

결혼의 필요충분조건은 배우자이다.

돈이 아무리 많아도 상대가 없으면 결혼을 할 수 없으니까.

 

무작정 뛰쳐나와 코리빙하우스에서 시작된 독립생활 반 년만에 남자 친구가 생겼다.

뭐 남자 친구 생긴게 대수로운 일인가 싶겠지만...

나의 기막힌 개인사와 연애잔혹사, 현재 상태와 나이를 생각하면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결혼에 대해 피상적인 이야기를 하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다.

하지만 내 인생에서 매우 의미 있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기에, 그 과정을 글로 정리해두는 것 또한 확실히 의미가 있는 일일 것이다.

 

나는 청소년이 되기 전에 이미 대한민국 3대 폭력의 생존자였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던 주의 주말, 어딘가 나사가 풀린 듯한 나를 안타까이 여긴 친구가 교회로 데려가기 전까지...

편히 숨을 쉬어본 적도 잠들어 본 적도 없었다. 늘 악몽을 꾸었다.

'인격적으로' 하나님을 만난 다음에도 본질적인 문제는 해결되었지만 누적된 심리적인 문제가 한번에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여러 사건이 있었고, 결혼할 여자를 두고 내게 집착하던 남자 때문에 결국 14년 동안 버틴 교회에서 탈출했다.

회사 계약기간이 끝난 뒤 파트타임으로 일하다 홋카이도, 동유럽 여행을 시작으로 70일 동안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더 이상 삶을 이어갈 힘을 잃었고, 생의 벼랑 끝에서 꼭 해보고 싶었던 게 여행이었기 때문이었다.

한국에 돌아온 뒤 돈이 없어 오는 우울증에서 벗어나기 위해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고 매니저까지 되었지만 사장의 가스라이팅과 말도 안되는 근로 조건에 상식 밖의 사건이 터져 3년 만에 일을 그만두었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지만 너무 무리했는지 큰 수술을 한 달 간격으로 하며 모든 게 중단되었다.

두 번째 수술은 악성 종양일 수도 있다는 의사 소견 때문이었다. 그럴 경우 주변 장기를 다 들어내야 한다는 얘기도 들었다. 충격적인 내용이었지만 타격을 받지 않았다. 그 정도로 멘탈이 단련되어 있기도 했고 죽음이 그리 두렵지 않기도 했다.

그럼에도 실제적으로 '죽음'이 눈 앞에 와 있다는 자각을 하는 것은 색다른 경험이었다.

 

배를 열어 봐야 알겠지만.... 남은 생이 얼마 되지 않는다면, 이 순간 내가 원하는 것을 솔직히 돌아보았다.

그건 죽는 순간 하나님을 사랑하고 그분께 감사하며 세상을 떠나는 것이었다. 이 땅에서 더 살아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은 이미 없었다.

 

그리고 알게 되었다. 자존심을 세우며 아닌 척했지만 내가 얼마나 외로웠고 얼마나 사람의 사랑을 갈망했는지. 너무 갈망한 나머지 그것이 나의 우상이 되어버렸으며 그래서 나를 좀먹고 있었다는 것을.

프로이트라면 이것을 '부인(deny)'라는 방어기제로 정의했을 것이다.

더 비참해지지 않기 위해 방어기제를 발동했다. 처음에는 생존 전략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며 오히려 나의 삶을 저어했고 발전을 위한 정신 에너지까지 잡아먹는 괴물이 되어 있었다.

 

솔직히 인정하고 내려놓았다. 죽을 지도 모르는 마당에 그깟 자존심 쯤이야.

예수님 옆에 매달린 강도처럼, 죽기 직전에 회개하고 천국에서 부동산 재벌로 살고 싶은 야망도 조금 있었다.

 

수술 결과는 간단했다. 몇 년 전 했던 수술의 후유증으로 장이 유착되어 종양처럼 보였던 것. 양성조차 아니었다.

어른들은 내 수술 며칠 전 암으로 돌아가신 큰아버지가 내 몸의 나쁜 것을 다 가지고 가신 거라고 했다.

기도가 응답된 것이라고도 했다.

 

이유는 모르지만 나는 살았고 살았고 살아 있다.

그리고 그렇게 그를 만났다.

 

 

'싱글라이프 > 결혼 준비'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결혼 준비의 준비 - 만남  (0) 2022.08.02

댓글


TOP

TEL. 02.1234.5678 / 경기 성남시 분당구 판교역로